"저도 그렇게 많이 던질 줄은 몰랐다. 3~4이닝 정도일 줄 알았는데 감독님이 ‘계속 가볼래?’ 하고 물으셨고, ‘네!’ 하고 던지다 보니 경기가 끝났더라".
14일 대구 KT 위즈전을 마친 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양창섭의 등판 소감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진심 어린 투혼의 고백이었다.
양창섭은 이날 경기에서 선발 이승현(57번)이 초반 흔들리자 3회 1사 만루 위기 상황에서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투입 당시 삼성은 0-2로 끌려가던 상황. 자칫하면 그대로 무너질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양창섭은 흔들림 없이 장준원을 3루수 병살타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경기의 흐름이 이 한 장면에서 바뀌었다. 이후 양창섭은 무려 6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KT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탈삼진 5개를 솎아내며 최고 구속 148km의 묵직한 공과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마운드를 지켰다.
“(백)정현이 형이 예전에 주자가 많을 땐 빠르게 승부 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말을 믿고 던졌더니 병살이 나왔다”.전역 이후 흔들렸던 그는 이제 백정현의 조언까지 기억하며 위기를 잠재우는 투수로 성장하고 있다.
양창섭은 이날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이닝 타이 기록(6⅔이닝)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후반기 성적만 보더라도 12경기 평균자책점 2.25. 전반기 5.27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반전이다. 그는 그 배경에 투심 패스트볼을 꼽았다.
“최일언 수석 코치님이 ‘투심 한번 던져보자’ 하셔서 시도했다. 처음 던진 게 수원 원정 경기였던 것 같다. 직구로 맞아나가서 ‘뭐라도 해보자’고 던졌는데, 의외로 결과가 좋더라”.
그의 말처럼 투심은 양창섭의 야구 인생을 바꾸고 있다.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까지 조합되면서 타자들을 제압하는 완성도 높은 피칭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날 경기에서 결정적인 반전 포인트는 3회말, 김성윤의 우월 스리런 홈런이었다. 양창섭은 “겉으로는 티 안 냈지만 정말 고마웠다. 경기에 집중하느라 그 자리에서 바로 인사 못했는데, 꼭 따로 감사 인사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강)민호 형은 대한민국 최고의 포수다. 오늘도 민호 형의 사인을 믿고 던졌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배터리로서의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현재 양창섭은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 중이다. 그는 “트레이닝 파트에서 항상 ‘괜찮냐’고 체크해주시고, 몸 상태를 관리해주신 덕분에 이렇게 건강하게 던질 수 있었다”며 공을 돌렸다.
마지막으로 그는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말했다. “개인 욕심보다는 팀이 가을야구에 갈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 부상 없이 시즌을 끝내는 게 제 목표다”.
한편, 최일언 수석 코치 역시 “이제야 진짜 투수답다”며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하체 이동이 좋아졌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타이밍이 좋다. 열심히 하니까 잘할 수밖에 없는 선수다. 투심도 시즌 초부터 많이 준비해왔고 오늘은 그 결실을 본 날”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3연패를 끊으며 다시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양창섭의 투혼은 단순한 승리를 넘어, 팀 전체에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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